이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 게임에도 등장하는 아이

2023. 2. 12. 16:4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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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내가 요즘 제대로 팬질하고 있는 HBO 드라마 Last of Us를 또 얘기하려는 거지만, 사실은 좀 다른 얘기다. 다양성 얘기.

오늘 본 에피소드 5에는 (원래 내일 하는 건데 수퍼보울이 있는 날이랑 겹치지 않게 하루 먼저 올라옴. 참 친절한 HBO) 샘이라는 여덟살짜리 흑인 아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10대의 형과 함께 좀비로 무너진 문명에서 생존한 캐릭터.

이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 게임에도 등장하는 아이인데, 드라마를 만든 작가 두 명이 대화를 하는 중에 한 사람이 "샘을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 아이로 설정하면 어떨까?"라고 했단다. 형제의 관계가 아주 돈독하고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캐릭터들이니 형이 수화로 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면 둘의 관계가 남다를 거라는 생각에.

그 얘기를 들은 다른 작가는 그 아이디어가 감탄스러워서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나'하고 화가 나더라고. 플로리다 주지사 같은 사람이 보기에 장애인을 캐스팅하는 건 "woke"일 거고, 어느당 전직 대표 같은 사람은 원작까지 바꿔가며 장애를 가진 배우를 "공정성에 어긋나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쳐가며" 캐스팅했다고 비난하겠지만, HBO급의 작가들은 수준이 달랐다.

그렇게 둘이 의견 일치를 보고 캐릭터를 원작 게임에서 바꿔 청각장애인으로 만들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다양성에 앞선 미국적인 환경이 펼쳐진다.

일단 1)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2) 그 나이의 3) 흑인 아역 배우, 그것도 정말 귀엽고 표현력 끝내주는 배우를 캐스팅했고, 그 아역 배우를 담당하는 수화전문 감독을 함께 고용했다. 촬영장에 그 배우 외에는 수화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수화전문 감독을 고용한 건데, 그 아이가 참여하자마자 제일 나이가 어린 배우 두 명이 제일 빠르게 수화를 습득하고 촬영장에서 그 아역 배우와 대화를 시작했다고.

그런데 그 아역배우(Keivonn Woodard)가 워낙 연기를 잘 하니 스탭들이 촬영 때 칭찬을 하고 싶어서 너도 나도 짧은 수화를 배워 대화하기 시작했단다. 그 아이 한 명을 쓰기로 한 결정이 촬영장을 바꿨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그 아이가 등장한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을 변화시킬 거다.

오늘은 에피소드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드라마 끝나고 나오는 제작 영상은 이 얘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다. 다양성은 더 풍성하고 더 뛰어난 사회로 가는 길임을 아는 사람들이 있고, 그건 그저 주류가 베풀다가 언제든지 거둘 수 있는 시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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