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1년 전에 했다고 올해는 건너뛰는 종류의 행위가 아닙니다

2023. 3. 3. 07:3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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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역시 아래 글과 같은 차원의 글이다. 조금 기분이 나아진 상태로 올린 글. 교육과 기록 차원에서 여기에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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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1년 전에 했다고 올해는 건너뛰는 종류의 행위가 아닙니다. 기회가 되었을 때 많이 하고 기회가 안 되면 오히려 안 해야 하는 종류의 행위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나라 주식의 저평가,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의 저평가가 지속되니까 투자자 뿐만 아니라 대주주나 경영진 또는 회사 내부자조차도 PBR 0.3, 0.4, 0.5 이런 것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오류는 인간본성이기에 사람이 똑똑하고 안 똑똑하고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 2~3년 전부터 작년 초까지 수능점수만 놓고보면 그렇게 똑똑하다는 제 선후배들조차 영끌하여 아파트 사는 막차 행렬에 올라탔습니다. 이미 질러놓고 "어떠냐?"라고 물어보면 제가 어찌 대답하겠습니까? 잘했다고 덕담해 주는 수밖에 없죠. 마찬가지로 PBR 0.3을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오류는 투자자 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쉽게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저평가된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곰곰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KISCO홀딩스가 비교적 소외되어 온 주식이긴 했지만, 과연 역사적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저평가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시장은 결국 평균회귀합니다.

더욱이 KISCO홀딩스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경제 위기가 오고 금리가 높아질수록 더욱 이자수익이 크게 발생하는 <안티프래질>한 특징을 가진 기업입니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특히 희소합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이익을 잠식했던 단조사업을 끝냈고, 구조적으로 높은 이익이 나는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PBR 0.3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부터 PER과 PBR이 이렇게 동시에 낮은 구간은 오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작년엔 과징금 520억원을 냈음에도 1,239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을 기록했는데요. 과징금을 내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가총액이 가능할까요? 아무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하다고 해도 매우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물론 과징금을 다 반영한 당기순이익 1,239억원이라는 수치도 비현실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주식투자를 잘 모르거나 한국 주식에 어두운 외국인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기업을 관찰하도록 하는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 하면, <사기>라고 생각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상식에서는, 그리고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수치의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를 했던 분이면 몇년 전에 있었던 중국원양자원 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사기>라고 말했죠. 이런 낮은 PER이 지속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사기>라고 주장하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 사이에 혈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떠했습니까? 진짜 <사기>였죠. 맞습니다. 사기인 게 정상입니다. 월스트릿트에서 평범하게 미국 가치주에 투자하는 정통가치투자 지향 자산운용사에 KISCO홀딩스를 프리젠테이션하면, 바로 중국원양자원을 본 보통의 가치투자자와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조용히 복도로 불러 "건전하게" 투자하라고, 자꾸 돈을 빨리 벌고 싶어하니, 일확천금을 바라니 이런 기업을 고르는 것 아니냐고 훈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KISCO홀딩스 주주명부를 열람 및 등사했습니다. 간혹 조용히 주주명부를 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KISCO홀딩스 주주명부에 오른 기관투자자들의 구성을 잘 살펴보면 "퀀트"를 하는 펀드가 많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겠습니까? 원래 "인간"이라면 이런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없습니다. 사기 아니면 곧 망하는 기업의 PER, PBR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걷어낸 퀀트 펀드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느냐 하면, 차라리 PBR, PER 수치가 올라 덜 사기처럼 느껴질 때, 그런 때 더 높은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중국원양자원이 사기가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나타났을 때는 중국원양자원의 주식이 하늘을 향해 치솟을 때였습니다. 오르는 가격이 도리어 투자자에게 사기가 아니구나 하는 안심을 주었습니다. 원래 사람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길거리에 5만원 묶음이 떨어져 있으면 장난감 돈이라 먼저 의심하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다시 말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기회>인 것입니다. 1년 전에 했든, 한 달 전에 했든, 일주일 전에 했든 상관없이 기회가 계속되면 횡재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해야 하는 행위입니다. 단언하건데 횡재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자사주를 그리 많이 사기도 전에, 자금을 그리 많이 쓰기도 전에 주가는 올라버리고 횡재는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깝다고 생각하겠죠. 평생 그 기회가 또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다릅니다. 배당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주식의 가치를 높여 자본조달비용을 낮추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단기적으로 보면) 그 자체로 기업 외부로 돈이 유출되고 끝나는 반면,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은 주식수가 줄어들며, 그 효과는 영구적으로 지속됩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개별 주식 1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효과가 영구히 지속됩니다. 그래서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자는 배당을 별로 강조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건 좋지만 그런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배당금을 많이 지급해 보아야 잠깐 주가가 오를 뿐, 나중에 주식을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대주주와 상생할 수 있고, 영구적인 효과가 있기에 나중에 주식을 산 주주와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사이비 행동주의자와 진정한 행동주의자를 그리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온갖 혼란을 야기하는 기사와 인터넷의 논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저조차도 '왜 저 운용사(또는 개인 자산가)는 저렇게 행동하지?', '저 기업이 그렇게 싸다고 할 수 있나?', '싼 게 아니라, 그냥 공략하기가 편했을 뿐이잖아?", '도대체 주주환원은 어디에 가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거지?'. '싸움을 위한 싸움, 행동주의를 위한 행동주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아니 정상적인 행동주의보다 그런 행동주의를 볼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대주주나 경영진도 자신들에게 무언가 요구를 하는 주주행동주의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주연대는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자입니다. 우리 주주연대의 주주제안에는 당장 배당을 해 달라는 요구가 없었습니다. 이 기회가 너무 아까우니 빨리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자는 요구가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 주주연대는 솔직히 배당을 하는 돈조차 아까웠습니다. 그 돈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하면 더 좋으니까요. '에이 그래도 당연히 소액주주가 배당 요구는 해야지?' 세상에 당연히가 어디 있습니까? 바로 그런 태도가 투자를 그르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주명부를 보면 볼수록 더욱 확신이 듭니다. KISCO홀딩스 주주는 대주주, 자사주 그리고 명망있는 가치투자자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사주 사는 게 오히려 어려울 것입니다.

과연 우리 주주연대가 주주행동주의를 안 하면 KISCO홀딩스 투자로 돈을 벌지 못할까봐 주주행동주의를 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주가는 평균회귀하기에 사실 가만히만 있어도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주어진 기회가 너무 아깝고, 이것이 대주주도 일반주주도 더욱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주주행동주의를 하는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만약 제대로 된 기회가 아닌데도 진행하려 한다면 도리어 우리 주주연대가 나서 격렬하게 반대 캠페인을 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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