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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회가 왜 이렇게 '갑질' 못해서 환장한 사회가 되었을까?

Tmarket 2023. 10. 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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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회가 왜 이렇게 '갑질' 못해서 환장한 사회가 되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참고만 있을 뿐, 자신이 갑질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반드시 하기 위해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만 느껴진다. 다시 말해, 거의 매일 같이 마음 속에 분노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 분노를 터뜨리기만을 기다리며 '대기 타는 중'인 것이다.

공무원이든 교사든 다른 감정노동자나 서비스업 종사자든, 그들에게 분노를 퍼부울 수만 있다면, 반드시 퍼붓고야 마는 게 우리 사회의 풍경이랄 게 되었다.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속설은 보급형 가훈 같은 것이 되었고, '가만히 있으면 나만 손해 본다'라는 건 인생 좌우명이 된 듯하다. 그러니 기회가 왔다 싶을 때, 최선을 다해 갑질하고, 소리 지르고, 따지는 소위 '악성 민원인'이 기꺼이 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진짜로 지킬 수 있는 것의 실체라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엄청난 걸 지킬 수 있을까? 가령, 주민센터에 가서 왜 나만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고 소리 지르면, 법령을 위배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까? 왜 나만 기다려야 하고 손해봐야 하느냐고 따져서 얻을 수 있는 시간 10분, 30분 동안 유튜브 보는 것 외에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을 할까? 큰 소리 치며 삿대질 해서 내 아이의 인생을 '실제로' 현명하게 지킬 수 있을까?

달리 말하면, 이런 모든 영역에서 "자기 권리를 분노로 수호하기"라는 태도가 실제로 나의 권리, 이익을 진짜로 보호하는 게 맞을까, 하는 것이다. 오히려 많은 경우, 그것은 우리가 사로잡힌 어떤 초조와 공포, 증오의 태도에 불과할 뿐, 우리를 효과적으로 지키거나 보호하는 데 가장 비실용적인 수단일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갈등만 확대되고 스스로의 인격만 파탄날 뿐 인생이 선순환의 싸이클에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파업 같은 권리 투쟁처럼 실제로 강자에 대해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일종의 '정당한 분노와 폭력'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약자가 강자에 대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 아닌, 오히려 내가 강자가 될 수 있는 순간마다 상대적 약자에게 퍼붓는 분노라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해, 한 사회 전체가 심리 쓰레기통이 되어 개개인의 감정 쓰레기를 받아주고 있는 상황처럼도 보인다.

만약, 엄격한 개인주의 사회라면 개개인이 처한 심리적 문제들은 각자가 상담사를 찾아가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비교적 확고하게 자리잡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이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다른 데 풀어대는 순간 곧바로 범죄로 규정되고 제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문제를 마을의 굿판에서처럼 집단적으로 해결하던 사회에서, 개인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결국 제대로 시스템도 만들지 못하고, 문화적인 전환도 이루지 못한 채, 온 사회 전체가 쓰레기통처럼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흔히 '악플' 문제라는 것도, 사람들이 인터넷 댓글창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조롱, 비난, 혐오를 퍼부어대면서 온 사회가 나의 더러운 감정들로 얼룩지게 하는데, 이것은 마치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근대 초기 산업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우리는 근대의 개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각자도생으로 살지만, 마음은 여전히 사회를 마을의 한풀이 굿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이는 사회의 붕괴 이후 개개인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온전한 정신으로 견뎌낼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받고 있는 증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피폐해진 사람들이 서로를 더 피폐하게 만들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결국 시급하게 필요한 건 사회가 더 처참한 쓰레기통이 되지 않게 방지하는 시스템의 수립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좋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매우 정교하고, 실질적이며, 좋은 시스템이 절실하다. 붕괴한 사회의 최전선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더 이상 잃어가다가는, 이 사회에는 최후의 철근 한 조각도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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