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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9억 사건을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법조 기자단에서 탈퇴하고, 사법부를 진정으로 감시하는 보도를 해야겠지만, 솔직히 그런 수준을

Tmarket 2023. 3.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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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관심_받지못한_한겨레_해명_(ft.친검親檢기자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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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한겨레 석O환 기자를 마포의 모 술자리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기자가 출입처가 엇비슷하면 경쟁지 "기자"들을 만나는 건 일상다반사기에 한 두번 만나선 기억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겨레" 기자라고 하면 2000년대에 들어서 무게감이 남달랐기에, 한 두번쯤 더 쳐다보게 된다. 우리 시절 모두가 일해 보고 싶었던 "한겨레"라는 선명한 브랜드. 그래서 딱 1시간 함께 소주를 마셨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키는 무척 작았고 까무잡잡한 얼굴색을 갖고 있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그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고 무척이나 영리한 말투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누가보아도 야무진 인상이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 사회부 수습시절에 이번에 동반 사퇴한 류O근 편집장도 한두번 스쳐 만난 기억. 그러니까, 이번 사태는 대략 나보다 1~2년 정도 선배들 얘기라는 거다.

1. 예상된 해명

아주 조금은 기대를 품고, 한겨레 기자의 "김만배 일당 9억" 수뢰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왜냐면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겨레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언론의 고질적, 근원적 문제를 응축한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언론계"의 그늘을 보여주기에 동료 기자들이 이 사건을 오랫동안 붙잡고 시시비비를 논하기 어렵다. 일종의 "집안 사건" 이기에, 어떻게 종결되는 지는 중요하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비판의 대상인 한겨레의 '진상조사'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편집국장과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났고, 석 기자는 회사의 해고 결정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전례 없는 "치밀한 조사"와 "최강의 처벌"이 예고된 셈이다. 그 조사 보고서가 2월 말에 공개가 되었는 데, 페북에서도 언급했던 분이 두어 분, 별다른 후폭풍 없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읽지 않고, 요약된 사고나 이를 압축해 보도한 타사 기사도 눈여겨 보지 않았을 것이다.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내용이 공허하고 허탈하기 때문인 탓도 있다. 한겨레는 "조사결과, 기자 개인의 윤리 해태"이며 "이를 엄중이 받아들여,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2. 개인의 일탈?

필자 역시도 한겨레 오랜 독자(?)의 입장에서 남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사로서 최강의 대응을 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근래 급추락한 한겨레의 이미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딱히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국장의 9억 수뢰(?) 사건이 터졌는데, 과연 이를 어떻게 반성할 것인가.

진상보고서엔 석 부국장이 왜, 9억이라는 큰 돈이 필요했는 지를 조목조목 파헤치고 있다. 그는 기자시절 대부분을 법조 기자로 살았기 때문인지, 서초동에 아파트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무렵 그 아파트의 분양가는 14~15억 수준.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겨레 기자 18년차인 그의 수중엔 4~5억 뿐이 없었다는 게 문제가 된 배경이다.

두 번째 조사 내용은, 지인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고, 혹은 빌리고, 한겨레의 대장동 기사에 그가 부당 개입하거나, 신문제작의 논조에 영향력을 끼쳤는가, 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조사위원들은 전력을 기울인 눈치가 역력했다. 여러 층위의 과학적 조사 결과, 석 부장, 또는 석 부국장은 "대장동" 보도에 개입한 흔적이 없고, 이는 타사의 보도와 한겨레의 보도의 비교를 통해 입증이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론적으로, 돈을 빌린 건 잘못, 하지만 한겨레 보도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조사보고서의 최종 결론이었다.

3. 공소장과 판결문

한국 언론계가 1997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시나브로 시법부에 종속이 되어버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인데, 언론이나 정치학계에서 실증적인 분석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권력"의 핵심엔 청와대가 있었는데, 이후 "사법부"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물론, 이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전국민의 절반에 이를 지 모르겠다. "검찰의 사법화"와 "사법부의 절대권력화"는 지금도 논란거리고, 민주당과 정의당을 가르는 기준이, 때론 이재명과 이낙연의 노선 차이를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

검찰과 사법부의 권력화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게 바로 "언론"이라는 제 4부의 역할이다. 1998년 이후 언론은 절대적으로 사법부의 의견에 동조하며, 민주정부를 견제, 무력화 시켰고, 동시에 검찰의 사법화와 정치화를 부추겨 왔다. 여기에 가장 일조 한 시스템이, 공소장과 판결문의 "비밀주의"다. 사법부와 국민을 잇는 역할을 "언론"이 독점하면서 판검사-기자 카르텔이 한국 사회에 굳건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4. 젊은 기자들, 반란

2019년말 조국 사태와 2023년초 윤석열 정부의 등장의 강한 상관 관계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검찰 개혁"이란 시대 과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검찰권력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과정은, 훗날 두고두고 역사 소설의 소재로 소환될 것이다.

필자는 조국 사태 뉴스를 싱가폴서 접했는 데,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가장 어이가 없던 현상은 '한겨레 신문'에서 발생했는 데,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젊은 기자들을 주축으로 자사 수뇌부를 겨냥한 "비난과 자성"의 반란성 성명서를 발표한 사건이었다.

당시 젊은 기자들의 성명을 지금 다시 읽어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한 데, 1차 성명은 "조국과 문재인 정부를 충분히 비판하지 않는 한겨레에 대한 반성"이 주를 이뤘고, 2차 성명은 "김학의 전 차관 출국을 방해한 문 정권의 인권침해와 이를 눈감은 한겨레"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에도 "이게 뭐지?"라는 황당한 내용인데, 지금 읽어보면 더더욱 황당하다. 언론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젊은 기자들이 뭉쳐 편집권에 들이박는 사태인데, 한겨레 법조 보도는 그 사건 이후 완전히 편향성을 띄게 된다.

5. 법조기자 비리

이번 "9억 수뢰 사건"의 한겨레 진상보고서를 차분히 읽어 보면, 착한 독자 입장에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찌저찌 열심히 살다보니, 김만배 기자가 옆에 있었고, 맘씨 좋은 형이 흔쾌히 선이자 떼고 9억을 빌려주기에,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를 맞아 아파트를 분양 받았고, 14억 아파트가 잠시 30억이 되었고, 지금은 좀 하락해 실거래가 22.5억의 아파트가 된 것 뿐이라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번 사건이 폐쇄적 법조 기자단의 근원적 한계와 부패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왜 지적하지 않을까. 법조 기자의 특권은 왜 적시하고 반성하지 않는가. 연차되는 법조 팀장이라면, 김영란 법 따위는 얼마나 우수운 지 대략 알텐데 말이다. 골프를 치고, 명절에 선물을 받고, 대법원장 해외 순방에 따라다니고, 때때로 양주와 노닥거리는 특혜는 특혜로 치지도 않는 것 다 아는 데 말이다.

가장 큰 특혜란, 고위 판검사와 형동생하며 함께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 동반성장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니까, 한겨레든 그 어떤 언론이든, 법조기자단 만큼은 없애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리라. 그리고 기자의 개인일탈로 몰아가야, 법조기자단이 키운 새로운 후배기자들이 새롭게 언론사의 미래 기둥으로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겨레 역시 다른 보수적 매체와 하등 차별성이 없는, 그냥 똑같은 보수 매체로 이제는 자리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PS.
1. 한겨레가 석 기자 9억 사건을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법조 기자단에서 탈퇴하고, 사법부를 진정으로 감시하는 보도를 해야겠지만, 솔직히 그런 수준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

2. 필자는 한겨레 법조기자들, 특히 석모 기자 같은 친검親檢 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2019년, 2021년 반란성 성명을 주도한 것이라고 의심함. 하지만 이번 조사보고서엔 "대장동 보도"만 다루더라. 총체적 부실 보고서란 얘기.

3. 이번 조사 보고서의 백미는 "석 기자가 수뢰를 했음에도 한겨레 대장동 보도는 여타 매체와 차이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내용임. 같은 법조, 친검親檢 기자들이 쓴걸 비교해 봐야. <뉴스타파>와 차마 비교는 못하고. 이로서 한겨레의 진보언론 시대는 영원히 막을 내렸음. 아듀...

4. 그나저나 그 9억은 누가 언제 갚나? 아파트 당장 팔아 갚을 거 아니면 한겨레 선후배들이 십시일반해서 대신 갚아주시라. 그게 아니라면, 해고가 아니라 고발해야 하지 않나? 노무현 그리 비난한게 엊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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